작성일 : 21-07-16 13:09
지나간 자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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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종식
조회 : 780  

지나간 자리의 흔적

몇 주 전에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양관을 다녀왔습니다. 매년 두 번은 교회와 가정을 떠나서 혼자 고독과 묵상의 시간을 가지며 주님과 깊은 교제를 하려고 지금까지 노력했습니다. 이번에는 한인 기도원으로 가지 않고 미국인이 기증하여 세운 목회자 수양관을 알게 되어 그곳으로 갔습니다. 이곳에서 운전하여 동쪽으로 3시간을 갔습니다. 3시간 동안 한 번도 고속도로가 없는 지방도로만을 운전해 가는데 하인스빌보다 큰 도시가 없는 작은 시골 마을들만 있었습니다. 목회자 수양관은 한적한 시골에 위치하여 있는데 정문과 후문이 있어서 안전하게 되어 있었고 수양관에 속한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호수 주위에 2베드의 독립된 4개의 수양관과 2채의 그곳에 기거하는 분들의 집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세상과 차단된 숲속의 집으로 인터넷이 연결되지도 아니했습니다. 온전히 하나님과 대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한 주간을 은혜롭게 지냈습니다. 지금까지 한인 기도원 또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목회자 수양관을 여러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이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목회자와 목회자 가족이 목회 현장에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도록 이분들이 최선의 정성으로 집을 지었고 모든 가구와 소모품에서도 사랑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신구약 성경 일독과 기도하고 금요일 점심을 먹고 떠나기 전에 제가 사용한 수양관을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사용한 침대보 등을 세탁하여 더 이상 청소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여놓았습니다. 그리고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후에 수양관을 관리하는 Rusty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저가 그곳을 방문한 것에 대한 감사와 무엇 보다 떠나면서 자신들이 더 이상 청소하지 않아도 되도록 완벽하게 청소한 것에 대하여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수양관을 다녀간 수많은 목회자가 있었지만 이렇게 청소를 하고 간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름다운 수양관에서 단지 목회자라는 이유 때문에 무료(얼마의 돈을 기증하였지만.)로 최고의 시설을 사용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수양관을 위하여 누군가는 수고와 땀을 흘리며 번 소중한 돈을 기증하여 집을 지었고 매달 유지하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랑의 빚진 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제가 지내다 떠난 자리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작은 저의 행동인 수양관을 섬기는 그분들에게 도리어 감동과 보람을 주었다는 것에 제가 도리어 감사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심지어 동물도 지나간 자리에 반드시 자신의 흔적을 남깁니다.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이면 신앙의 수준이며 인생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살아오면서 아름다운 흔적보다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아름답지 못한 흔적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며 살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향기가 조금이라고 풍겨지는 흔적을 남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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